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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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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주역
이윽고 기차가 멈춘다. 플랫폼엔 여름오후의 햇살이 부서지고 있다. 호젓하다. 멀리 여름산이 정답게 어깨를 대고 있고 들판은 초록으로 열려 있다. 서광주역. 새로 지은 한옥 역사는 기와지붕을 이고 단아한 모양으로 앉아 있다.
  • 위치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공원로 101(치평동)

추억을 기다리다…
추억을 기다리다… 이윽고 기차가 멈춘다. 플랫폼엔 여름오후의 햇살이 부서지고 있다. 호젓하다. 멀리 여름산이 정답게 어깨를 대고 있고 들판은 초록으로 열려 있다. 서광주역. 새로 지은 한옥 역사는 기와지붕을 이고 단아한 모양으로 앉아 있다. 철로변의 푸른 언덕은 한결 정갈하고 고요하다. 저 멀리 고층아파트의 건설현장이 보이지 않는다면 광역시라기보다는 작은 시골역에라도 온 듯 싶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플랫폼에 오래 서 있다. 누구 기다릴 사람이 있는 양, 혹은 먼 데 기약없는 그 길을 떠나야할지 머뭇거리는 사람의 마음이 되어 본다.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라는 그리스 민요를 떠올려본다.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고/ 당신은 카테리니에 홀로 남았네.> 그리운 사람을 이별한 곳은 어디라도 카테리니인 것을. 심장에 남은 사람을 애절하게 그리워하는 사람의 배경으로 기차역만한 곳이 또 있으랴. 역사 안으로 들어선다. 도화지처럼 말갛다. 아직 누구의 추억도 씌어 있지 않은 흰 얼굴이다. ‘맞이방’이라고 이름을 단 대합실엔 곽재구의 ‘사평역’에 나오는 톱밥난로 대신 에어컨이 깔끔하다. 그러나,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줄 사람, 한두름의 굴비 혹은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할 그 사람이 이제 여기에 와 기차를 기다리리라. 단풍잎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단 밤기차가 흘러와서 그들의 고단한 삶과 근심과 눈물을 싣고 가리라. ㅁ자로 배치된 의자들은 어디에 앉아보아도 마주한 이에게 속내를 차마 가릴 수 없겠다. 낯선 사람끼리 잠시 서로의 얼굴을 스치며 곤고한 삶의 흔적을 지나가보는, 그저 애잔하게 스쳐가보는 그런 자리다. 이 역에는 하루에 기차가 여덟 번 서고 5백명 정도가 이 역에 와서 기차를 탄다. 지난 8월 10일 새벽6시58분 서광주역엔 첫 기적소리가 울렸다. 광주발 부산진행 통일호 열차가 서광주역에 도착, 출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전선 광주도심철도 신설구간인 효천역∼송정리역간이 개통되고 서광주역이 문을 열었다. 이로써 1922년 식민시대에 개통돼 80여년간 지역민의 애환을 담아 온 남광주역과 광주역∼효천역간 도심철도를 대신하여 서광주역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제 새로운 추억과 역사를 담아낼 역이다. 아직 사람이 깃든 흔적이 없는 역앞엔 함부로 자라난 잡풀 무성하고 어디서 날아온 씨앗인지 어른키보다 더 훌쩍 자란 옥수수가 바람을 만져보고 있다. 그저 하늘과 들과 낮은 산이 있는 이 풍경화 속에 나는 여행자처럼 자꾸만 서성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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