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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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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천변
늘 차안에서만 바라보던 풍경이었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둔치 가득 초록빛으로 술렁이는 풀잎들이 사람의 마음을 붙들었다. 풀밭 너머 작게 흐르는 천이 제법 맑을 것이라고 그런 상상을 했다. 물밑이 들여다 보이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그런 냇물이 이 도시를 가로지른다면 도시의 풍경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그것은 꿈일까 그런 생각을 했다.
  • 위치

    광주광역시 서구 동천동 357

노을녘 광주천에서 꿈꾸다.
노을녘 광주천에서 꿈꾸다. 늘 차안에서만 바라보던 풍경이었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둔치 가득 초록빛으로 술렁이는 풀잎들이 사람의 마음을 붙들었다. 풀밭 너머 작게 흐르는 천이 제법 맑을 것이라고 그런 상상을 했다. 물밑이 들여다 보이고 물고기가 헤엄치는 그런 냇물이 이 도시를 가로지른다면 도시의 풍경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그것은 꿈일까 그런 생각을 했다. “옛날엔 여그서 아그들이 깨벗고 멱을 감았어. 물이 얼마나 깨끗했는지 몰라. 광주 각시들이 다 여그로 빨래를 다녔어. 한쪽에선 큰 솥을 걸어놓고 빨래를 삶았어. 한 집에 한 차대기씩 묶어서 2원씩인가 주면 흑허니 깨끗하게 삶아줬어. 빨래가 다 되면 인자 자갈밭에 널어두고 기다려. 이약이약함서 기다려. 자갈밭이 널어논 빨래로 흑했어. 참말로 볼만했어.” 몇십년 전 광주천의 풍경은 그런 것이었다. 빨래하는 아낙들의 얘기소리며 방망이 소리가 수선스럽고, 웃음소리 물소리 명랑했던 그 곳. 냇물이 흘러간 것처럼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자전거 도로가 천을 따라 길게 나 있다. 그 길 위로 심심치 않게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지나간다. 배낭을 멘 학생,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 혹은 무거운 짐을 실은 아저씨. 바로 저 위 고가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배경으로 한 이 풍경은 서로 다른 채널을 동시화면으로 보는 것 같다. 빠름과 느림. 흐르는 물은 자전거보다 더 느리게 흘러간다. 오랜 가뭄에 물이 줄었다. 해도 그 물에 발담근 풀들은 생생하다. 천 저쪽으론 무어 내세울 것 없이 하루하루 죄없이 살아가는 이웃들의 지붕이 이마를 맞대고 늘어서 있다. 꾸밈없이 무심한 얼굴들이다. 발을 벗고 흙을 딛어본다. 작은 돌멩이들을 밟아보고 그 언저리 푸릇푸릇한 잔디도 딛어본다. 작정하지 않으면 흙을 밟기도 어렵다. 흙에서 멀어지고 강에서 멀어지면서 무엇과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일까. 이 강산엔 어딜 가든 토끼풀이 지천이다. 옛날엔 그걸로 시계나 반지를 만들어 서로 끼워주느라 머리를 대고 그 가느다란 줄기를 실오라기처럼 갈라서 묶는 일에 열중하곤 했다. 시계가 귀하던 시절이어서 그 풀꽃을 들여다보며 짐짓 적당히 시간을 말하는 단순한 놀이도 아이들에겐 재미났다. 초등학교때 교생선생님이 떠나던 날은 꽃목걸이를 특별히 길게 만들면서 쿨쩍대기도 했다. 특별히 고운 꽃도 아니건만 누구나의 마음 속에 추억 하나쯤 심어둔 꽃. 저기 저 연인들도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를 끼었다. 꽃은 이내 시들지만 약속의 기억만은 시들지 않는다. 엄마와 아이가 풀밭에 엎드려 무얼 찾고 있다. 네 잎 클로버를 찾나 보다. 한번 화하고 웃어보는 것이 행운이려니. 아이는 물이 천천히 흐르는 천변둔치에서 그저 토끼풀하고, 공기놀이를 하기에도 마땅치 않은 돌멩이 두어개하고, 바람하고, 햇빛하고 그렇게 논다. 환호성이 없어도 천변풍경 속의 아이는 왠지 속깊은 어른이 될 것 같다. 노을녘 작은 개천이 발그스레하다. 해는 산너머에도 지고 물속으로도 진다. 저무는 강변에 앉아서 나는 꿈꾼다. 여럿이서 함께 꾸는 꿈은 더이상 꿈이 아니라지. 저 냇물을 두 손으로 떠올려 그대로 마실 수 있게 되는 그런 날이 오리니. 약속인 듯 흰 해오리 두어마리 천변 위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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