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볼거리

볼거리

서창평야
쓸쓸한 날엔 들판으로 나가자 아주 쓸쓸한 날에 들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걸어가 보자 -그런 노래를 가만히 읊조리며 들판으로 간다. 들판은 뜻밖에 먼 데 있지 않다. 공항로를 달리다 극락교 아래로 접어들면 곧바로 너른 들판을 만난다.
  • 위치

    서구 서창동 603-2 일대

쓸쓸한 날엔 들판으로
쓸쓸한 날엔 들판으로 나가자 아주 쓸쓸한 날에 들판을 넘어서 강변까지 걸어가 보자 -그런 노래를 가만히 읊조리며 들판으로 간다. 들판은 뜻밖에 먼 데 있지 않다. 공항로를 달리다 극락교 아래로 접어들면 곧바로 너른 들판을 만난다. 광주에서 가장 너른 들판이다. 서창 들녘. 서쪽의 곡창이라는 땅이름처럼 흰쌀을 내는 곳간으로 거기 변함없이 있어온 들판이다. 산에 산에 나무는 해마다 키가 크고 그 산 아래 꽃 피고 꽃이 지고 강물이 넘쳐났다 메말랐다 하는 세월을 봄이면 파랗게 출렁이고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일렁이며 늘 그 자리를 지켜온 들판이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옛날부터 흰옷 입은 사람들이 여기에 엎드려 어린 모를 키워 알곡을 빚어내며 그렇게 고단하고 죄없는 삶을 이어왔던 곳이다. 이제 흰 쌀밥 한 그릇에 쭉쭉 찢어올린 김치만으로는 배부르지 않을 만큼 욕심이 많아진 세상에서 그 들 한쪽에는 비닐 하우스가 들어서고 철 없이 때 없이, 푸른 것이며 단 것이며를 척척 식탁에 올려낸다. 그래도 사람들은 꼭 그만큼도 행복해진 것 같지는 않다. 둑길에 서 본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해가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심철도 이설공사가 한창인 도심쪽으론 허공을 우람하게 가르는 다리가 놓여지고 있다. 먼 훗날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이 거기에 실려 있다. 도시는 그렇게 끝없이 달라지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바꿔 놓고 있다. 한 뙈기의 논밭을 가꾸는 일보다 특별히 나을 것도 없는 일들을 이루려고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를 내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주저앉고 그런 삶이 문득 덧없어진다.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이 공간은 그래서 바로 좀전까지도 바쁜 척 뛰어다니던 사람을 무안하게 한다. 군데군데 꺼멓게 탄 자리가 눈에 띈다. 다 태워 버리고 갈아 엎어 새로 씨앗을 심는 것이다. 사람의 일도 매한가지다. 그렇게 남김없이 버려야만 할 때가 있다. 묵은 밭에 씨앗을 묻어 두고 어제와 다른 열매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빈 들판에 서서 이 겨울 내 가슴 속에,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디쯤에 내가 묻어둘 씨앗이 무엇인지 찬찬히 들여다본다. 바람이 하릴 없이 들판을 쓱 휘돌아 나가다 심심하다는 듯 다시 돌아온다. 지난 여름 이들판의 곡식을 키워온 바람이다, 줄기마다 낟알을 단단하게 여물게하던 햇볕은 이제 누이처럼 순한 낯빛으로 들녘을 굽어보고 있다. 뉘엿뉘엿 해가 진다. 이렇게 둑길 위에 서서 떠나는 하루를, 떠나는 한해를 바라본다. 다시 뜨는 해는 새로운 천년의 해다. 저 해가 새 천년의 아침에 떠오를 해다. 내일 아침 말갛게 씻은 고운 얼굴로 천년 전의 아침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 들판 위로 환하게 떠오를 해다.
콘텐츠 만족도 조사

콘텐츠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평균 0.00 0명 참여

만족도 선택

0/100